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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Blindness - 원작을 위한 장편 예고편, 눈 먼 자들의 도시

2008.05.14 칸영화제.. 2008.10.03 미국 개봉..
2008.11.20 우리나라 개봉..

Director : Fernando Meirelles(페르난도 메이렐레스)
Writer : Don McKellar,  Jose Saramago의 동명 소설이 원작.

칸 영화제에서 Golden Palm(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스페인 제 41회 2008 시체스 영화제에서 
                             Audience Award(관객상)
                             Best Production Design(오피셜 판타스틱 - 최우수 미술상)
2개 부문 수상.

참고로 원작 소설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칼 사람이다. 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관객상은.. 음..
참고로 제 41회 2008시체스 영화제에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오피셜 판타스틱 - 최우수감독상'과 '오피셜 판타스틱 - 최우수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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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매력적인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영화를 홍보할 때 예고편이라는걸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이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을 홍보하기 위한 예고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원작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꽤나 공을 들여 장편 예고편을 만든 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소설과 함께 홍보가 되면서, 그리고 소설을 읽어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소설이 훨씬 재밌다는 영화평이 나오면서 영화를 본 사람 중에는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실제로도 책을 구매하여 읽는 사람이 꽤 있었다. 이 정도면 책 광고는 제대로 된 셈이다. 비싼 장편 예고편을 만든 보람이 있다고 해야겠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원작 소설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만 간추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역시 예고편답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그 부분들은 필요한 부분일 뿐,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아니다, 가장 필요한 장면이었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중요하고 세심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눈먼자들의 도시'가 영화화 되고자 했을 때, 주제 사라마구가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훼손될까 싶어 망설이다가 겨우 승낙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감독은 원작이 주는 감동에 대한 재해석이 두려웠던 것일까. 결국 줄거리만 나열하고 말았고 훌륭한 예고편이 되고 말았다. 밑도 끝도 없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내용 전개는 무언가 확실한 설명을 요구하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같은 글을 읽고서도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큰 범위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감독이 원작에서 받은 느낌을 관객들에게 동의를 묻는 그런 영화를 만들었어야한다.

나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화한다면 재미를 부여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마나 찾을만한 요소가 있다면 스릴러. 좀비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러. 어두컴컴한 곳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을 헤메는 긴장감을 가진 스릴러말이다. 후반부에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부인이 음식을 구하러 슈퍼마켓 지하 창고에 들어가는 대목이 있다. 눈이 제대로 작동함에도 빛이 없으면 완전 컴컴한 창고에 들어가는 그 대목에서 소설에서는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가득했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렇게 허탈할수가. 너무 쉽게 음식을 구하잖아. 가뜩이나 주변에 눈 먼자들이 좀비처럼 어슬렁거리는 설정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재미를 부여할만한 또 다른 요소는 혼란스런 상황에서의 선과 악의 대결. 원작이 인간의 조건 3부작 중 하나라는 점에서 선은 당연히 모든 상황을 제대로 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의사 부인이다. 그럼 악은. 영화에서는 없다. 원작을 읽으면서는 눈이 멀어서 비이성적으로 본능에 의지하여 동물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악이었고, 눈이 머는 전염병을 은폐하고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정부가 악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런 악이 거의 없다. 선 자체를 강조하지도 못했고, 악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선이 더욱 부각되는 구조도 없다. 나쁜 놈들만 있는 병동이 음식을 독점하고, 여자들을 강간하는 대목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나쁜 놈이 전혀 사악하게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생존 본능이 뭐가 나뻐..하는 옹호가 생길뻔했다. 의사 부인이 그 나쁜 놈 두목을 가위로 죽일 때도 내가 상상하던 스릴과 살인에 대한 고뇌는 전혀 없었다. 욕심에 눈이 먼 사악한 무리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는 영웅이 없었다는거다. 극적 고조가 전혀 없이 무덤덤하게 지나가버린다. 이래서야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전달이 제대로 되겠냐 말이다. 그래서야 여주인공의 고뇌를 보면서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되겠냐 말이다.

이런 부분 말고도 재미있을 요소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싶은게 많지만 나보고 감독하라하면 이 정도도 못만들테니 깨갱하고 그만해야겠다. 눈물 핥는 개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하고 너무 틀린데. 보디가드 이미지치고는. 음.. 그만해야지.
후반부로 갈수록 줄거리 나열의 느낌은 더욱 강하다. 게다가 2시간이나 허비했음에도 후다닥 수습하면서 끝나버리는 결말들. 도대체 어디서 원작의 느낌을 찾아야할지 차라리 영화보면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눈 먼 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 같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관심없고, 어떤 내용인지 상세한 줄거리가 궁금한데 책을 읽을 시간이 없거나 읽기 싫은 분들에게만(!) 영화 강추!! 내가 본 줄거리 중에 제일 상세한 줄거리를 알려주는 건 영화, 그 자체밖에 없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소설에 대한 나의 리뷰 - 2008/11/21 - [책 또는 다큐멘터리] -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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