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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또는 다큐멘터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저자는 Cormac McCarthy
코엔 형제가 만들어서 유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이다..
원작의 저자인 코맥 매카시도 코엔 형제만큼.. 어쩌면 더 유명한 작가이다..
이 작품의 원제 'No Country For Old Men'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한다.
이 시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 ...'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건.. 순전히 영화 때문이었다..
2009/01/15 - [영화/리뷰] - No Country For Old Men
도통 의도를 알 수 없는 제목, 바로 그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도대체 뭐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는 말인가..
영화 내용은 스릴러에 거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제목의 의도를 가늠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제목의 숨은 의미를 찾기위해선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책은 영화보다는 보다 많고 심도있게 의미를 탐색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영상들과 대사들을 음미하며 영화를 보기는 무척 어렵다.

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읽게 되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나만의 재구성'을 방해한 것은 사실이다.
영화를 본지 거의 10개월이 지나서야 책을 읽었음에도 영화 장면들이 떠올랐다..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영화를 다시 본다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이런건 약간 괴롭다.
괴로운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독서의 재미가 반감된다는거다. 영화 장면이 기억이 안나면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자꾸 생각난다는거다. 평소에는 영화 장면을 기억해내고 싶어도 안되는데.. 책을 읽는다는가 하는 자극을 받으면 어김없이 생각이 나면서 상상력에 제한을 가해버린다.
다른 하나는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린 영화가 거의 없다는거다. 내가 원작과 영화를 함께 본 게 몇 개 안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랬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든가, 영화 감독의 원작의 재해석이라든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페이지 수와 시간만 늘리면 어떤 내용이든 담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영화는 한정된 시간내에 모든 걸 보여줘야한다는 압박때문인지.. 원작의 내용 전개의 흐름에 대한 왜곡이 심하다는거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감동이 책이 주는 감동만큼 크지 않다는거다.
어쨌든 이런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코엔 형제의 영화는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렸다고 생각하고..
코맥 매카시의 원작은 그에 못지 않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다.. 더하면 더했지 동급은 아니다.

영화는 보안관 벨의 심리보다는 주로 추격전의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 반면
소설은 보안관 벨의 심리를 보여주는 독백과 추격전을 거의 같은 비중을 두고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책 두 권을 동시에 읽어나간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정확히는 아니다.
카우보이 모스와 살인마 안톤 시거, 그리고 보안관 벨 사이의 추격전은 영화와 똑같다.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격전과는 별도로 전개되는듯한
보안관 벨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어렵지않게 파악할 수 있다..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은 확실히 보안관 벨이다..
영화는 그렇게 보이지않는 경향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 시종일관 벨의 관점에서 사건을 조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챕터마다 벨의 이야기가 먼저 짤막하게 나오고 추격전이 주 내용을 이루는데..
벨의 이야기가 뒤이어 나오는 모스와 안톤시거 사이의 추격전에 대한 일종의 해석, 어떤 성격의 챕터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단서 제공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나지 않을것같은 피를 부르는 추격전의 끝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컨셉인 '모든 행운에는 피의 댓가가 뒤따른다'를 잘 보여주면서 끝나지만..
소설은 추격 사건의 최종 결말과 벨의 이야기를 더, 그리고 자세히 함으로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잘 보여주면서 끝난다.
영화가 코엔 형제와 더불어 먼저 주목을 받는 바람에 온통 스릴러의 진수에 관심이 몰려있지만..
내가 읽은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결국 파국으로 끝나는 그 잔인한 스릴러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무력하게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던 한 인간(보안관 벨)에 대한 안타까움과 여운이 가득했다.
나도 그 행운에 끼워주면 안되겠는가.. 나도 젊었을 땐 모든걸 감내할만큼 호기로웠다네.. 나이를 먹어간다는건 이런거라네.. 이 놈의 세상이 어떻게 될려고 이러나.. 진정 노인이 되어가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누군가는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그래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소설의 문체는 장식적 수사 표현없이 담담하고 건조하게 장면만 전달하고 있는데..
이런 문체 어디선가 경험했었다.. 바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차이가 있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는 줄바꿈도 없이 주욱 이어지는데 반해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줄바꿈이 있고 마침표 외에도 물음표라는 문장 부호도 있어서 그나마 읽기 편했다는거.(이 차이가 이렇게 클지 몰랐다)
주욱 이어지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도시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답답함과 진실에 대한 삭막함이 느껴진다면 줄바꿈이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자유로움이 약간 있긴하지만 그만한 잔인한 댓가를 원하는 서부 사막의 느낌이 느껴진다.
이런 장식적 수사 표현이 없는 건조한 문체는 작가가 유도하는 반응을 제한하고.. 있는 그대로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그 장면에서의 현실감 및 잔인함과 다음 장면으로의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라는거다.. 조금 전의 장면도 완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다음 장면이 바로 나타나면서 받아들이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코엔 형제의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시 느끼지만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거같다.
(아니면 소설의 분위기가 원래 이렇기에 영화로 옮기기가 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설 리뷰는 이쯤으로 하자.. 더 쓰고 싶은게 있었는데 지금 생각이 안난다..(항상 글 쓸 때 겪는 난감함 중 하나)

코맥 매카시는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The Road라는 작품으로..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흥행과 함께
(그 이전에도 여러 상을 받으면서 인정 받았지만)코맥 매카시의 작품이 더더욱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제서야 우리나라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된게 아니겠는가)
The Road의 퓰리처상 수상은 엄청난 기폭제가 된 거 같다..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에도 소개가 되어서 정말 엄청난 인기와 각종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들과 책에 대한 소개들를 보면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가하는 호기심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구매했었는데..
이제서야 읽을려고 내 앞에 그 The Road를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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