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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 Den Ratte Komma In

Let The Right One In.. 렛 미 인.. 렛미인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영화의 배경인 북유럽 스웨덴의 차가운 설경과 어울어져 서정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영화제를 휩쓴 최고의 영화.. 라는 너무 많이 들어서 목에 뱀파이어 이빨이 박힐 것 같은 감상평을 내가 굳이 할 필요는 없겠다.

John Ajvide Lindqvists(욘 아즈비데 린퀴비스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각본도 그가 썼다. 

나는 뱀파이어, 흡혈귀, 드라큐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절제할 줄 알고 사랑에 헌신적이고 규칙을 엄수하는 고상한 종족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들이 가진 이 고상함이 지나친 감이 없진 않아서 종종 절대적인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믿음이 깨지는 상황이 생길 시는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는 점은 섬뜩함을 주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 나오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우정을 넘어선 사랑의 아름다움이 주를 이루는건 맞지만, 한편으로는 뱀파이어는 피를 먹는다..라는 생각이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뱀파이어와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뱀파이어 영화였기에.. 더 흥미로운 영화였다. 그래서 입에 피가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사랑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영화에서 소개하고 있는 뱀파이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뱀파이어에 대해 알고 있었던 습성(?)에 대해 다시 확인한 내용도 있었고, 새로 알게된 내용도 있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뱀파이어로서의 자세를 보여준 영화가 아니었을까. 그들도 참 힘겹게 살아가는 것 같다. 예전만큼 피 구하기가 쉽진 않은 모양이다.
이 영화에는 뱀파이어가 딱 한 명 나온다. 주인공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 중간에 이엘리에게 피를 빨려서 감염된 아줌마가 뱀파이어가 되긴 하지만 자살한다. 역시 흡혈귀가 된다는 건 고통스러운 감정인거 같다.  소녀의 아버지라고 해야하나.. 그 남자는 뱀파이어가 아니다.
뱀파이어는 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먹게 되면 토하게 되는데 소년 오스칼이 이엘리에게 사탕을 권했을 때 먹고나서 바로 토했다. 그런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사과도 먹는 것으로 보면 뱀파이어는 아니다.
뱀파이어는 늙지 않는다. 그래서 소년이 나이를 물었을 때 12살 그 어디쯤이라고 대답했다. 뱀파이어가 되면 뱀파이어가 되는 그 순간의 모습을 죽을 때까지 유지한다고 한다. 어린아이는 함부로 뱀파이어로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12살이면 어느정도 어린아이지? 이엘리가 오스칼을 안잡아먹는 것과 이엘리를 부양하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있는걸로 봐서는.. 음.. 이엘리가 직접 잡아먹기도 하던데 시신 은폐같은 뒷처리는 그의 담당이다. 딸이 뱀파이어가 되었을 때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피를 뽑아야하는 일들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그의 헌신적인 모습이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나중에는 연이어 살인 작업에 실패하면서 얼굴을 망가뜨리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병원에 갇힌다. 이엘리를 보호하려는 본능일까.
뱀파이어가 벽을 타는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벽을 타오르는데 깜짝 놀랐다. 허걱.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엘리를 위해 자기 피를 빨게 함으로써 자살을 하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벽 타는거 보고 놀랐고, 망가진 얼굴에 놀랐고, 자기 피를 먹게 하는 것에 놀랐는데 더 놀란 것은 당연한 듯이 피를 먹어버리는 뱀파이어 소녀. 배고프면 인정사정 없다. 절대적인 신뢰 관계가 깨지면 어쩔 수 없는건가.
뱀파이어는 배가 고프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도 처음 알았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년 오스칼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모양이다. 뱀파이어는 물만 먹고 사는게 아니라 피만 먹고 산다. 흡혈 욕구만 강하다고 한다. 피를 보면 완전 환장하게 된다. 오스칼이 혈맹을 보여줄려고 피를 조금 보여줬더니 바로 흡혈귀의 본성을 드러내는 이엘리.. 여기서 오스칼이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걸 눈치채는 장면이기도 하다.
뱀파이어는 성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외관상으로도 긴가민가해 보이는데 이엘리가 말해주는 것도 그렇고 장면으로 나온 것도 그렇고.. 뱀파이어는 중성이다. 음.. 아닌가.. 이엘리만 그런건가. 사실 오스칼도 처음에 봤을 때는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르겠던데.. 중성적인 매력이 이 영화의 컨셉인듯.
뱀파이어는 인간의 집에 들어갈 때는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가장 흥미롭다. 이건 이 영화 제목하고 쉽게 연관지을 수 있는 장면있었다. 렛 미 인.. 영화 전체적인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던거 같다. 내가 너의 집과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줘.. 근데 '렛 미 인'이 이렇게 해석되는게 맞는건가. 나를 들어가게 해줘. 내가 들어갈게. 나의 무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군. ㅜㅜ 영어 제목하고 한글 제목하고 다른데.. 왜? The Right One = Me? '미'가 'Me'맞아? 다른 '미' 아냐?
허락을 못받고 들어가게 되면 온 몸에서 피눈물과 피땀을 흘리게 되는데.. 뱀파이어와 싸울 일 있으면 집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와 인간 소년 오스칼의 아름다운 계약(?) 관계가 완전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뱀파이어는 햇빛에 매우매우 취약하다. 이엘리에게 감염된 아줌마가 택한 자살 방법이 햇빛에 노출되어 불타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다. 불 붙을 때 화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밤에만 돌아다니고 집은 완전히 차광이 되도록 한다.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이라는 배경이 낮에는 자고 밤에 돌아다니는 뱀파이어에게는 딱인 듯하다.
뱀파이어는 역시 관에서 자야 제 잠을 자는 모양이다. 이엘리는 관 모양과 비슷한 욕조에서 잠을 잔다.
오스칼이 수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이엘리가 나타나서 구해주는데.. 완전 ㄷㄷㄷ.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걸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아무리 우정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줘도 역시 뱀파이어는 공포의 대상이다. 북유럽의 차가운 설경만큼이나 소름이 돋을 정도다.
마지막은 오스칼이 이엘리를 관에 잘 넣어서 함께 기차 여행을 떠나는듯한 장면으로 끝난다. 모스 부호로 다정한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이걸 보면서 어쩌면 소녀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도 오스칼과 같은 경우가 아니었을까. 뱀파이어의 실제 나이를 알 수 없고 그가 뱀파이어가 아니었다는 점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소년 오스칼도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계약(!) 관계가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영화는 따뜻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시리고 시린 추운 장면만 보여준다. 보고만 있어도 덜덜 떨리는 적막한 하얀 설경. 미칠듯이 고요하고 어두운 밤. 창백한 얼굴들. 또래들에게서 소외된 소년과 인간 사회에서 소외된 소녀.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 때문에 덜덜 떨리는 것인지, 추운 장면만 보고 있어서 덜덜 떨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보지못한 새로운 공포가 주는 섬뜩한 감동이야말로 진정 나를 떨리게하고 있다. ㄷㄷㄷㄷ

'클로버필드(2008)'의 매트 리브스 감독이 헐리우드판 리메이크를 만들거라한다.

우리나라 포스터만 공포 영화가 아닌 로맨스 영화같은 분위기다. 아무리 정서상의 차이가 있다하지만 이렇게 다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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